Thursday, October 3, 2019

현이의 Peregrine Falcon 책

현이가 미국에 있을 때다. 만 6세가 되었고 Jackson Elementary에서 막 Kinder 과정을 마쳤을 때였다. 여름이었는데 1st grader로 가기 전 방학이었다.

현이는 집에서 따로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. 만 4세가 다니는 Pre-K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영어를 접했다. 그리고 5세가 되어 Kinder 과정에서 영어단어를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. 알파벳이나 단어를 빨리 깨우치던 현이는 Kinder를 마치니까 큰 글자의 영어책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.

그 여름에 하루는 Plano public library 에서 Book Fair를 열었다. 3일 동안 열린 중고책 잔치 같은 것인데, 첫날은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책을 골라 살 수 있고 둘째, 셋째 날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. 가난한 유학생이던 우리는 둘째 날에 가서 흥미로운 책을 구경하기도하고 현이나 원이를 위하여 보여줄 책을 찾으러 갔다. 몇가지 책을 골랐다. 그 중 현이가 좋아하는 새에 관한 책이 있었다. 송골매에 대한 책*이었는데 현이가 읽기에는 글자도 작고 내용이 많았다. 하지만 송골매에 대한 그림이 많이 있어서 현이가 그림은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구매했다. 현이는 그 책을 꼭 안고는 차를 타자마자 계속 보기 시작했다. 집에 가서도 그 책을 붙잡고 3~4일을 내내 보기 시작했다. 나와 아내는 현이가 새 그림을 좋아하니 그 그림들을 열심히 감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.

현이가 그 책을 읽은 지 한 두주 지났나? 어느날 식사하다가 송골매 이야기가 나왔다.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현이가 내가 전혀 모르던 송골매의 어떤 특성에 대하여 말했다. 그래서 그걸 어디서 알게되었냐고 물었다. 현이는 그 송골매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. 그러더니 그 책을 들고 왔다. 나는 그림 밑에 붙어있는 그림 설명을 보고 알게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. 현이는 그 책을 들고와서 페이지를 이리저리 찾더니 그 설명이 나와있는 본문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것이었다. 나는 깜짝 놀랐다. 왜냐하면 그 본문을 기억하고 집어내려면 본문을 꼼꼼하게 전체를 다 읽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 그래서 현이에게 물었다. 그럼 이 책 내용을 다 읽어본 거니? 다 읽었다고 대답했다. 다시 물었다. 그림 설명만 본 거는 아니니?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고 했다. 현이는 3~4일 동안 꼼짝않고 책을 읽던게 그림만 본게 아니고 본문을 꼼꼼히 한 단어 한 단어 읽어갔던 것이다.

이제 영어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은 1학년이 될 아이에게 어려운 단어들도 많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끝까지 읽어낼 수 있을까? 그리고 송골매의 그 특징에 대한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? 현이의 무서운 집중력과 학습력에 깜짝 놀라게 된 사건이었다. 나중에 우리 부부는 현이가 1학년 마칠 때 쯤 2학년 Gifted Class를 받을 수 있도록 부모추천서를 위 내용 중심으로 작성하여 제출하였다. 학교의 몇 몇 선생님들이 현이를 1~2주 관찰하더니 Gifted Class에 들어가도록 허락해주었다. 1학년 마치고 우리 가정은 한국으로 귀국하였고 Gifted Class를 받지는 못했다.

흥미로운 점은 현이는 그 후에도 많은 영어책들을 읽고 있는데, 단 한번도 사전을 본 적이 없었다. 현이에게 사전을 보라고 추천해주기는 했지만 귀찮았는 지 그냥 맥락에서 모르는 단어를 유추하고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. 지금도 어떻게 단어의 뜻을 알아가는 지 궁금할 때가 있다. 지금은 구글 등을 검색하며 자신이 궁금한 것을 찾아 알아가기는 하지만 말이다.

* The Peregrine Falcon, Alvin, Virginia, and Robert Silverstein, The Millbrook Press, 199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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